- 권기태 통일전문기자
- 승인 2024.12.26 16:30
2025년, 한반도 평화는 가능한가?

2024년, 불법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저물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불법계엄 사태로 그야말로 온 나라가 충격과 분노로 가득하다. 국민의 분노는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고 윤대통령 구속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한반도 남쪽은 탄핵국면으로 어수선한 정치 환경이 내년 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불법계엄 사태는 전례 없는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는데 그 이유는 차고 넘친다. 그 중에서 윤대통령의 국가 통치권자로서 독단적이고 왜곡된 리더십에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와 공감력 부족 등이 언급되고 있다. 그리고 극우 보수 유튜버를 연상케 하는 극단적 정치의식에서 찾을 수 있는데 비상계엄 선포문을 보면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저는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선포문 어느 한 대목도 동의가 안되지만, 백번 양보해서 ‘정부 관료 탄핵, 주요 예산 삭감, 야당 대표 방탄’은 윤대통령의 통치 이념에 비추어 과도하지만 표현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북한 공산세력과 자신에게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종북 반국가세력으로 동일시하고 척결해야 한다는 망상적 사고는 극우 반공 유튜브에 경도된 정치적 편향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면 달리 해석이 되지 않는다.
내년이면 남북은 분단된 지 77년을 맞이한다. 한국전쟁 이후 현재까지 연평도 포격처럼 직접적 무력도발이나 오물풍선 살포처럼 간접적 도발도 더 이상 새로울 것도 특이할 것도 없는 일상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최근을 따져봐도 지난 10월경 북한은 남한이 보낸 것으로 단정한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 날아다녀도 인내심(?)을 발휘했고, 12월 3일을 앞두고 특별히 무력도발을 감행한 어떤 징후나 특이동향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윤대통령과 계엄주도세력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목적으로 한 북풍공작설만 뚜렷해지고 있다. 이른바 북한 오물풍선을 원점 타격 또는 경고 사격으로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거나, 평양 무인기를 통해 북한의 보복 공격을 유인한다. NLL(북방한계선)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하고 비상계엄을 선포함으로써 국민적 명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것이다. 또한 북파공작부대 HID 대원을 체포조로 동원했다는 의혹도 넘쳐난다. 더 나아가 북한군으로 위장하여 소요나 정치인 납치 등 소요사태를 일으켜 계엄의 목적을 달성하려 했다는 소설 같은 이야기도 소설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수사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반드시 확인해야 할 부분이지만, 이미 계엄 선포를 위한 북한 공격 유도는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신의 통치를 위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니 가히 충격적이란 말밖엔 형용할 수가 없다.
2025년 우리는 곧 분단 77년을 앞두고 있다. 분단이라는 이 악의 고리를 끊지 못한다면 우리는 정권의 통치수단이나 정권 유지 방편으로 북풍 공작이 악용되는 역사를 앞으로도 수없이 반복해야 할지 모른다.
2025년, 트럼프 2기가 기다리고 있다
2025년 미국은 바야흐로 트럼프 2기가 기다리고 있다. 트럼프 2기는 미국우선주의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높은 관세 부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제조업 회복에 나설 것이며, ‘안보 무임승차 불가론’을 내세워 전통적인 동맹국에도 방위비 분담 증대를 강요할 것이다. 벌써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 지출 비중을 5%까지 증액해야 한다는 요구가 보도되고 있다.
또한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속히 끝내기를 원하고 가능한 한 빨리 푸틴을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전쟁을 조기 종결하여 미러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친분도 거듭 강조하면서 공공연하게 취임 이후 북한과의 관계 개선 의지도 밝혀왔다.
이밖에도 중국, 일본 등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과의 소통을 예고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한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 1기도 한국은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였는데 2기도 권력공백기에 시작하게 되었다. 그만큼 우리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 예견되는 이유다. 자칫 권력 공백기라는 상황과 맞물려 대북관계에서 우리만 배제될 가능성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비록 자국 우선주의가 가장 큰 이유겠지만, 어떻든 전쟁을 빨리 끝내고 싶어 하는 트럼프의 집권은 세계 곳곳의 전쟁을 축소하고 남북관계에도 훈풍을 가져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만든다.
2025년 한반도 훈풍은 가능한가
우리에게 2025년 상반기는 어쩌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결정적 시기가 될지도 모른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은 곧 정권교체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북관계에 숨통이 트일 충분한 계기점이 될 것이 분명하다. 북한은 김정은체제가 더욱 탄탄해진 모양새가 확연하다. 북러조약으로 군사적 동맹이 강화되고 경제적으로도 한층 호전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의 관계도 쉽사리 틈새를 찾기 힘들다. 미국은 앞서 살펴본 대로 더욱 강해진 트럼프 2기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자국 이익을 극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한반도를 위시한 국제관계만 놓고 본다면 남북관계가 더 나빠질 상황은 아닌 것으로 비친다. 그렇다고 남북관계가 저절로 좋아질리는 만무하다. 무엇보다 남북한 당국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의지가 중요하다. 특히 남한은 정권 교체기를 전환점으로 대북 강경정책에서 벗어나 신뢰회복과 상호존중을 위한 정책으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신뢰할만한 행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 남한의 전향적인 정책 변화가 적대적 교전관계와 대남 패싱전략을 축으로 한 북한의 대남전략에 그나마 파열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2025년은 비관보다는 희망이 더 크게 보인다. 아무쪼록 일상의 민주주의와 지속가능한 평화가 만들어지는 2025년을 간절히 희망해 본다.



